머리카락은 배수구 어디에서나 걸릴 수 있지만, 특히 그레이팅 바로 아래와 트랩이 시작되는 상단 구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됩니다. 이 지점은 물의 흐름 방향이 꺾이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자리라, 물살을 타고 내려가던 머리카락이 방향을 잃고 벽면이나 다른 이물질에 걸려 멈추기 쉽습니다. 짧은 머리카락 한두 가닥은 그대로 씻겨 내려가지만, 긴 머리카락은 꺾인 구간을 지나며 벽면에 걸치는 형태로 남는 경우가 많아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서 걸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한 번 걸린 자리는 표면이 거칠어져 다음번 머리카락도 같은 지점에서 멈추기 쉬워,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위치에 걸림이 반복되는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가는 머리카락 몇 가닥은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기에 비누때와 각질이 반복해서 달라붙으면 부피가 눈에 띄게 불어납니다. 처음에는 실처럼 가늘던 것이 며칠 사이 그물처럼 얽힌 덩어리로 자라, 트랩 단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머리카락이 그물처럼 얽힌 구조는 표면적이 넓어서 비누때가 붙기에 유리한 조건이 되고, 결과적으로 일반 이물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부피가 커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철사나 시중 이물질 제거 도구는 손이 닿는 얕은 구간의 머리카락을 걷어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트랩을 넘어선 깊은 구간이나 벽면에 눌어붙은 부착물까지는 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도구를 무리하게 밀어 넣다가 덩어리를 더 깊숙이 밀어 넣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도구 끝에 걸려 나온 이물질만 보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판단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안쪽에 더 큰 덩어리가 남아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트랩을 직접 분리해 확인할 때는 물이 흘러나올 수 있으므로 아래에 받침 용기를 두고, 나사나 너트를 푸는 방향을 미리 확인해야 헛돌리다 부품을 손상시키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분리한 부품은 순서를 기억해 두었다가 같은 순서로 다시 조립해야 물이 새지 않습니다. 오래된 트랩은 고무 패킹이 굳어 있는 경우가 많아, 분리 과정에서 패킹이 찢어지면 조립 후에도 물이 새는 문제가 새로 생길 수 있어 힘 조절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물질을 제거한 뒤에는 세면대나 욕조에 물을 받았다가 한 번에 흘려보내 배수 속도가 이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빨라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이 소용돌이 없이 곧게 빠지고 그레이팅 주변에 물이 남지 않는다면 걸림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이 빠지는 소리가 여전히 둔탁하거나 표면에 잔물결이 남는다면, 안쪽에 미처 제거되지 않은 부착물이 남아 있다는 신호로 보고 추가 확인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